[지방선거]『관권』『逆관권』시비…공무원 사분오열 위기

  • 입력 1998년 5월 26일 19시 28분


6·4지방선거전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관권선거시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친여(親與)관권선거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의 후유증으로 인한 ‘역(逆)관권선거’시비도 치열해 분위기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실제로 선거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이 특정후보에 줄서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어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여당이 총체적인 관권선거를 저지르고 있다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목요상(睦堯相)부정선거방지대책위원장은 26일 성명을 통해 “노골적인 불법선거운동을 한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과 최재욱(崔在旭)환경부장관을 즉각 의법조치하고 두 장관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또 교육부가 초중등교 교사들에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공무원대상 특강내용을 담은 비디오를 강제로 보도록 했다며 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을 규탄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이와는 정반대의 ‘역관권선거’주장을 펴고 있다. 구여권과 선이 닿아 있는 공무원들이 한나라당후보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인 경남 부산지역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강원 제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동해시에서는 시청 위생계장이 한나라당후보를 위해 식당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현장을 적발, 선관위에 고발하기도 했다고 국민회의측이 26일 밝혔다. 또 공무원들의 친여활동에 대해서도 엄중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선거현장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전현직 시장이 맞붙은 제주시장선거에서는 상식을 초월한 ‘줄서기’로 공무원조직이 분열직전에 있다.

공무원들은 업무시간에도 일손을 놓은 채 삼삼오오 모여 특정후보지지를 위한 구전홍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업무가 끝나면 조직관리에 나서기도 한다. 제주시 모간부는 “공무원들은 선거에 엄정중립을 지키라”고 지시를 내리면서도 정작 자신은 비선(秘線)조직의 사무실 등을 방문하며 선거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경남도청의 경우 한나라당후보인 김혁규(金爀珪)현지사에 대한 홍보보도자료를 내는 등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3명의 현역구청장이 출마한 부산에서는 4명의 구청장이 ‘공가(公暇)’를 가지 않고 아침 간부회의까지 주도하며 공공연하게 불법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부산 공선협에 따르면 S구청장의 경우 ‘아침 조례회의 시간이 선거 대책회의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무원들을 닦달하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항의성 제보가 현재까지 10여건 이상 들어온 상태다.

〈최영묵·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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