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에 나선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온 나라가 신음하고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흑색선전과 지역감정조장이라는 망령이 어김없이 지방선거판에 되살아났다. 후보자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원색적인 말들을 내던지면서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흑색선전과 지역감정조장에는 여야와 무소속이 따로 없다. 모두 한데 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회의는 2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을 한 김홍신(金洪信)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하고 국회윤리위에 제소키로 했다. 김의원은 26일 경기 시흥시의 정당연설회에서 “거짓말을 많이 한 김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잘못한 만큼 염라대왕이 바늘로 뜨는데 김대통령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도 27일 자민련 한호선(韓灝鮮)강원지사후보가 강원 춘천시의 정책토론회에서 “김영삼(金泳三)이가 청와대에 앉아서 한 일이 뭐냐. 칼국수나 ×먹고 지 아버지 고기잡는 일이나 돌봐준 것밖에 더 있느냐”고 ‘막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당보를 통해 국민회의 고건(高建)서울시장후보에 대해 “만년 양지만 지향하는 마마보이이고 권력의 단맛에 중독된 약삭빠른 카멜레온 형”이라고 비난했다.
부산의 경우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후보 진영은 무소속 김기재(金杞載)후보에 대해 ‘위장여권후보’라고 공격하고 있고 김후보 진영은 안후보의 출생지와 축재 의혹을 유포하면서 ‘제2의 대도 조세형’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강래(李康來)청와대정무수석은 최근 경기도 일대에 뿌려진 ‘긴급연락사항’이라는 유인물을 공개했다. 이 유인물에는 국민회의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후보의 부인인 주혜란씨의 사생활에 대한 각종 소문과 함께 ‘여권 최고위층과의 인연’이라는 항목에서 김대통령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나섰다. 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흑색선전과 지역감정조장을 뿌리뽑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특히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선거 후에도 결과에 상관없이 끝까지 추적, 응징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지역감정조장 근절을 위해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 선거법 개정을 검토중이다. “이 사람은 지역 사람인데 당선시키면 되겠습니까”하는 식으로 지역감정조장이 특정후보자와 관련된 것일 경우 현행 선거법상으로도 후보자비방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지역 사람을 당선시킬 수는 없다”는 식의 지역감정조장은 현행 선거법상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이 경우에도 특정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면 처벌토록 하자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