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선거후 인사특혜』…공무원들,줄서기 붐

  • 입력 1998년 5월 28일 19시 18분


“진정한 풀뿌리 지방자치는 멀었다는 자괴감만이 들어요.”

제주도 간부공무원인 A씨. 그는 요즘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결심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기 때문.

제주도는 현직인 무소속 신구범(愼久範)후보와 전직인 국민회의 우근민(禹瑾敏)후보가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공무원사회가 두편으로 나뉘었다. 후보의 성을 따라 ‘신파’와 ‘우파’로 갈리어 특정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A씨는 선거초반 불편부당의 자세를 보였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곧바로 양쪽 후보진영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얘기였다. 일부에서는 이쪽 저쪽 눈치를 살피며 양다리를 걸치는 기회주의적 인물로 몰아붙였다.결국 A씨는 거리유세에 따라나가 후보와 주위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혀야 했다. 아내는 자원봉사자라는 미명하에 선거전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은 개인적인 인연도 크게 작용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사상 특혜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이뤄진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런 상태라면 향후 20년이 지나도 진정한 지방자치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공직을 천직으로 알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공무원이 많다는 믿음을 버리지않고 있다.

〈6·4선거특별취재반〓임재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