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김대중(金大中·그림)대통령에 대한 청와대 보좌진들의 주문이다. 편견과 탄압을 이겨내고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지향하는 이미지가 방미외교의 최대 ‘상품’이라는 얘기다.
한 공식수행원은 31일 “6·25 이후 최대 국난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나라형편이 엉망인 지금 솔직히 우리가 미국정부와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게 김대통령과 국민의 애국심 외에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미국내 한국전문가들의 주문도 동일하다.
모턴 아브라모비치 전 국무차관보, 리처드 알렌 전 대통령안보보좌관, 윈스턴 로드 전 국무차관보,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 스티븐 솔라즈 전 미하원 아태소위원장 등 얼마전 방한한 미국외교협회의 한국통들도 김대통령에게 이같이 건의했다.
김대통령이 5차례의 죽을 고비, 6차례의 수감생활, 10년간의 연금생활, 그리고 끊임없는 권력의 감시 등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회고하자 이들은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도 그렇게만 하시면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식의 정서적인 접근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통령도 이를 수용,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문을 이같은 방향으로 작성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의 개인사를 통해 한미양국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부각시킨다는 게 청와대 방미준비팀의 기본구상이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