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서리의 서리 꼬리 떼기에 도움이 돼야 하고 장기적으로 내각제개헌 입지를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총리서리가 2일 “4,5당 체제로 정계개편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데도 이런 기준이 반영돼 있다.
한나라당에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동의하고 향후 내각제 개헌에 공감하는 세력이 탈당해 딴 살림을 차리는 경우를 가정한 셈이다.
탈당 세력의 중심 인물로 거론되는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부총재가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고 김총리서리는 보고 있다. 김부총재가 평소 총리 임명동의에 긍정적이었던 데다 잘 알려진 ‘내각제론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이 최근 은밀히 회동했다는 소문이 정가에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다. 김총리서리의 핵심 측근인 김용환(金龍煥)부총재도 개인 모임 등을 통해 동갑내기(32년생)인 김부총재를 자주 접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민련의 김부총재에 대한 이같은 호감은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민주계의 연대설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계의 경우 자민련과는 도무지 성향이 맞지 않는데다 내각제를 연결고리로 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심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내각제에 대해 자민련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 깨기에는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없지만 내각제 개헌에는 아직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총리서리가 2일 청와대 회동 후 불쑥 정계개편 발언을 한 것도 김대통령의 의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자민련의 또다른 축인 박태준(朴泰俊)총재는 김부총재에 대해 부정적이다. 박총재로서는 대구 경북이 지역기반인 김부총재의 여권 편입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박총재가 최근 대구 경북지역 유세에서 “청구 부도사건 수사에서 이 지역의 정치인 이름이 나올 것”이라며 김부총재를 겨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