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이후 정국 어디로(상)]與 개혁-정계개편 가속화

  • 입력 1998년 6월 4일 20시 23분


국제통화기금(IMF)한파속에 치러졌던 ‘6·4’지방선거는 결국 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광역단체장선거에서만 16개 시도중 다수를 차지해 공동정권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같은 선거결과는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여권의 정국운영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를 이번 선거에 부여했다.

현정권이 출범한 지 석달여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성급하기는 하지만 정권교체와 ‘환란(換亂)’ 등의 외부요인이 불가피하게 이같은 흐름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는 대통령선거 당시와는 강도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권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재확인해준 것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볼 때 여권은 향후 정국운영에 있어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공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의지가 퇴색하고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각분야의 개혁작업에 대해서도 가속도를 붙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에서 오래전부터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벌여온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여권의 강공드라이브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현안은 정계개편이다. 여권은 이미 안정적 정국운영을 명분으로 ‘과반수의석확보→지역연합’이라는 정계개편의 도상연습을 마친 상태다.

여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정계개편추진을 허락한 것으로 간주, 당장 이번 주말부터 한나라당의원들에 대한 물밑영입작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방미후 정계개편구상을 밝힐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여권은 15대 원구성 이전에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을 허물어뜨린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는 곧 앞으로의 정국기상도에 지각변동과 폭풍우가 몰아칠 것을 예고한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정계개편의도에 맞서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한다는 배수진을 쳐놓았다. 소속의원들의 대거이탈이 핵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위압감 때문이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차는 극한대립과 정면충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극심한 지역감정은 여야대결을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앞으로 본격화될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와 처벌문제가 여야간 충돌의 기폭제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여권과 검찰은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흑색선전 지역감정조장 등에 대해 엄단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김홍신(金洪信)의원의 ‘공업용 미싱’발언에 대한 처리방향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입’으로 인한 불법타락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선거법개정작업도 여야간 신경전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에 따른 여야간 역학구도상 변화는 여야 내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민회의는 정계개편의 윤곽이 잡히는 대로 7,8월경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명실상부한 집권당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효과적인 선거체제를 가동하지 못했다는 자아비판을 하고 있는 자민련도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벌써부터 대두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무엇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노정된 ‘여여(與與)공조’의 균열을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난제중의 난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선거막판에 경기 강원선거에서 공조체제를 급조하기는 했지만 양당간 ‘난조(亂調)’가 심각한 상태까지 갔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공천과정에서부터 불길한 전조(前兆)를 던져줬던 강원지사선거는 공조갈등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의 지역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은 어떤 식으로든 내홍(內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와 김윤환(金潤煥)부총재 등 비당권파의 선거패배책임론제기와 조기전당대회소집요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내상(內傷)’으로 인한 출혈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느냐가 당운을 가름할 관건이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들은 7개 지역에서 여야가 또 다시 한판승부를 벌일 ‘7·21’보선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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