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전국 투표현장]강화 미법도민 14분만에『끝』

  • 입력 1998년 6월 4일 20시 24분


6·4지방선거는 전국적으로 비교적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투개표는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개표작업은 밤새 진행됐고 일부 접전지역의 후보와 지지자들은 새벽까지도 엎치락뒤치락 하는 득표율을 지켜보며 마냥 가슴을 졸였다.

▼ 서 울 ▼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남부고속버스터미널 등에는 평소보다 많은 승객이 몰려 ‘썰렁한’선거분위기를 반영했다. 대학생 박모씨(25·강남구 대치동)는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이 서로 비방하는 모습에 실망, 기권하기로 했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속초행 버스에 올랐다. 당진행 버스를 탄 회사원 이모씨(36·영등포구 영등포동)는 “출마자가 누군지조차 관심없다”면서 “연휴를 맞아 지친 마음을 달랠겸 여행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종영(崔鍾泳)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오전 9시경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노인정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고수경씨(56)와 함께 투표. 최위원장은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탓인지 다소 굳은 표정. 강덕기(姜德基)서울시장 직무대리도 오전 7시경 신사동 현대고등학교에서 부인 정양숙(鄭良淑)씨와 함께 투표. 원로 코미디언 백남봉(본명 박두식·朴斗植·60)씨는 광진구 구의1동 명성여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전 5시반부터 기다리다가 제일 먼저 투표해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3동의 ‘영3조기축구회’ 회원 60여명은 벌써 20년째 투표일에 축구경기를 하고 전원이 그대로 투표소로 달려가 투표하는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들은 이날도 아침 7시에 투표소인 영중초등학교에서 공을 찬 뒤 투표를 했는데 회원 김철규(金哲圭·35)씨는 “올해는 투표하는 사람이 유난히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골프장 보름전 예약끝나]

▼ 인천· 경기 ▼

○…아침 8시반경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야탑초등학교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한 유권자는 “도의원 출마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며 도의원 투표용지를 찢어 휴지통에 버린뒤 귀가했다.

반면, 인천 강화군 삼산면 미법도(제6투표구) 섬 주민들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전국 투표소 가운데 가장 먼저 투표를 마쳤다. 주민 28명 중 투표권을 가진 23명(부재자 1명 제외)은 아침 6시 미법 양곡 창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14분만에 투표를 완료. 주민들 중 상당수는 자녀 학교 관계로 인천 등에 나가 있지만 선거 때만 되면 돌아와 투표를 해왔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도내 골프장은 크게 붐볐다. 용인시 구성면 한성컨트리클럽에는 오전 4시54분 첫 티업이 시작된 이후 1백50여팀이 골프를 즐겼으며 용인시 기흥읍 태광컨트리클럽에도 1백60여팀이 북적댔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선거일을 겨냥한 예약경쟁이 워낙 치열해 보름전에 예약이 끝났고 예약이 넘쳐 티업시간도 평소보다 한시간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미축제가 한창인 용인에버랜드와 과천 서울대공원과 용인 민속촌 등에는 입장객이 평소 휴일의 절반 수준으로 대조적.

▼ 강원·제주 ▼

○…강원 횡성군 횡성읍의 성신감리교회(목사 박영찬)는 아침 8시부터 횡성읍 제3투표소 앞에서 두시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차량 3대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투표소까지 수송.

동해시 천곡동 제4투표소인 천곡초등학교에서는 장애인들이 투표소를 학교 2층에 설치한 것은 자신들의 불편함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의해 투표 종사원들이 장애인을 일일이 부축해 투표가 이뤄지도록 했다.

동해시 동문동 제2투표소에서는 아침 8시 5분경 기표용구에 ‘인(人)’자가 빠져 있어 투표가 잠시 중단. 2백20여명이 투표를 마친 상황에서 민병희(閔丙憘) 선관위장이 기표소 점검 도중 한 기표소의 용구에 ‘인’자가 탈락된 사실을 발견하고 투표용구를 교체했으나 이미 실시된 투표의 표는 유효표로 처리키로 해 결과에 영향은 없었다.

○…국토 최남단 마을 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도 주민들은 4일 오전 9시 남제주군이 제공한 어업지도선을 타고 섬을 빠져나와 대정읍 하모3리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귀중한 한표를 던졌다. 마라도는 전체 유권자가 64명이나 그나마도 섬에 거주하는 유권자는 22명 밖에 안돼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 어떤 후보도 마라도를 찾지 않았다.

▼ 충남북 ▼

○…청주시 청주의료원은 입원환자의 주권행사를 위해 투표를 희망하는 환자들을 투표소까지 앰뷸런스로 수송. 청주의료원은 오전 9시경 투표 참여를 당부하는 구내 방송을 한 뒤 다리골절로 입원중인 최광옥씨(73·여) 등 입원환자 5명을 앰뷸런스로 해당 투표소에 보내 투표하도록 도왔다.

청주지역 택시운전사들의 친목 모임인 청주 서부모범운전자회(회장 박광래·朴光來)는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장애인 유권자들을 투표소까지 무료로 태워줘 주위의 칭송을 들었다.

○…청주시 상당구 탑동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청주맹학교 학생 33명은 보육사의 도움을 받아 4일 아침 8시부터 40여분간 이 학교본관 1층로비에설치된 탑동대성동제2투표소에서투표를 마쳤다.

이들 가운데는 3월 시각장애의 역경을 딛고 히말라야 아일랜드피크(해발 6,160m) 등반에 성공한 김동암(金東巖·42·고등부1년)씨도 끼여있어 눈길.

학교측은 학생들이 기표에 실수하지 않도록 2차례에 걸쳐 기표연습을 실시했으며 후보자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후보자 약력과 공약, 홍보물에 실린 대표적인 선전문구를 몇차례씩 읽어주기도 했다.

▼ 대구·경북 ▼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에는 아침 일찍부터 젊은 유권자들의 발길이 잦아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반증. 징검다리 휴일까지 겹친 탓인지 고급호텔을 제외한 콘도와 중급 호텔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단지내 H콘도에는 특히 20, 30대 젊은 부부들이 객실을 메웠다. 접수과의 이관호씨(29)는 “3일 밤 대구 울산 부산 등 주변 대도시에서 찾아온 손님이 많아 90% 가까이 객실이 찼다”면서 “특히 20, 30대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많았고 6일까지 숙박하는 손님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독지가 돋보기안경 기증]

▼ 전남북 ▼

○…4일 오전7경 전남 무안군 일로읍 제9투표소인 무안중학교에서는 투표용지에 선관위원장의 직인이 잘못 찍혀 있어 투표가 1시간 남짓 중단됐다. 무안군수 선거 투표용지에 찍힌 무안군 선관위원장의 직인이 무소속 기호4번 이재현(李裁賢·68·현군수)후보의 기표란에 찍혀 있어 이후보란에 기표할 수 없게 돼 있었던 것. 이를 발견한 유권자들이 선관위에 강력히 항의하자 선관위측과 경찰은 이후보의 기표란에 위원장의 직인이 찍힌 나머지 투표용지 33장을 압수했다. 이후보측은 국민회의 정당추천인인 서모씨(68·무안군 일로읍)가 선관위원장의 업무를 도우는 과정에서 직인을 잘못 찍은 것으로 밝혀냈지만 이후보측은 다른 읍면 투표소에도 이같은 투표용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 부산·울산·경남 ▼

○…부산시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공공건물이 아닌 주택가에서 가까운 아파트 모델하우스, 빈 점포, 주차장 등에 투표소를 설치. 학원과 상가 밀집지역인 남구 대연3동 제7투표구의 경우 남구청 인근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부평동 2투표소는 예식장 예식홀에, 초읍동 2투표소는 피아노학원에 각각 투표소를 마련. 선관위측은 “가뜩이나 열기가 없는데 투표소마저 멀면 안될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

○…부산 동구에 사는 한 독지가는 노인유권자들을 위해 동구 지역 49개 전 투표소에 돋보기 안경 3개씩을 기증. 선관위 관계자들은 “선거일정이 바빠 돋보기 생각을 미처 못했으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 분의 배려로 노인들이 투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며 기뻐했다.

○…경남 창원시 소답동 창원 향교 투표소에서는 선거운동원들 간에 투표를 먼저 하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다 끝내 주먹질로 번져 이중 한 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J시의원후보와 K후보의 운동원들인 이들은 ‘먼저 투표하면 당선된다’는 속설에 따라 투표열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오전 3시20분부터 투표소에 나와 기다리다가 서로 충돌.

김해시장후보에 출마한 또 한 후보는 이날 누구든 자신을 지지하는 처녀가 가장 먼저 투표하면 당선된다는 속설에 따라 젊은 여성 박모씨를 오전 2시부터 투표소입구에서 기다리게 했다가 1착으로 투표하도록 했다.

〈전국종합〓6·4지방선거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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