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표밭 분석]「지역분할」 그대로 재현

  • 입력 1998년 6월 5일 07시 50분


‘6·4’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지난해 대선을 계기로 고착화되기 시작한 ‘여서야동(與西野東)’의 동서 지역분할 현상이 그대로 재현됐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수도권과 충청 호남 제주 등 한반도 서부 10개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울산 강원 등 ‘동부벨트’6개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는 지난해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강세지역과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당시 국민회의 김후보는 서울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충남 충북 전남 전북 제주 등 10개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각각 승리한 10개지역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 이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부산 대구 강원 경북 경남 울산 등 6개지역에서 국민회의 김후보를 눌렀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90년 3당합당의 결과물이었던 ‘호남고립구도’가 지난해 대선을 계기로 형성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DJP연대로 인해 ‘영남고립구도’로 뒤바뀌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있다.

한나라당은 강원도에서의 승리로 ‘완벽한 고립’에서 탈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전체 인구의 40%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의 교두보 확보 실패는 한나라당의 지역적 한계를 드러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선거 결과가 가져온 정당별 판도 변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민회의의 경우 기존의 호남권에다 서울 경기 제주에서 승리함으로써 전국정당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가장 짭짤한 수확을 거둔 셈이다. 국민회의는 또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교두보를 확보, 지지기반의 저변을 넓혔다.

자민련은 대전 충남북 인천 등 4개지역을 석권했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오랜 숙원이었던 중앙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자민련의 큰 수확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95년 6·27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강원지역에서 패배하고,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한나라당 후보에 완패함으로써 동부지역에서의 입지축소가 확연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다시 한번 DJP연대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6·27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던 경기와 인천을 여당에 내줌으로써 당장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의 동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백32개 기초단체장 선거의 특징은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와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무소속후보들이 예상외로 크게 선전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야 3당의 절대강세지역이었던 호남과 충청 영남지역에서 상당수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함으로써 ‘3김시대’에 나타났던 ‘절대적 지역주의’가‘상대적 지역주의’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따라서 지역에 연고를 둔 특정정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식으로 특정지역을 ‘싹쓸이’했던 3김시대의 유물은 더이상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영찬기자〉yyc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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