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선관위 총평]『買票사라졌지만 관심 못끌어』

  • 입력 1998년 6월 5일 07시 50분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했던 반면 열기는 없었다.”

‘6·4’지방선거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평가다. 중앙선관위는 그 근거로 금품살포나 향응제공 선심관광과 같은 후진국형 ‘매표(買票)’사례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을 들었다.

95년 ‘6·27’지방선거 때는 금품 및 음식물제공 선심관광사례가 3백36건 적발됐으나 이번에는 1백96건만 적발됐다. 전체 선거법위반 적발건수는 95년 1천2백40건에서 1천4백81건으로 늘었으나 사안의 경중을 따져보면 오히려 나아졌다는 것이 선관위측의 설명이다.

‘비방 흑색선전’이 극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다른 평가를 내렸다.

김호열(金弧烈)중앙선관위홍보관리관은 “과거 선거 때도 비방 흑색선전이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라며 “이번에는 금권선거 양태가 거의 사라지면서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지역감정대결이 중부권까지 확산되는 등 더욱 고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신관권선거’의 등장을 꼽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국 어느 지역이건 지방공무원의 줄서기 행태가 두드러졌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5대 대선에서 본격화된 미디어선거가 이번에 거꾸로 후퇴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민영방송과 유선방송의 등장으로 TV토론회 횟수는 95년 55회에서 이번에 1백11회로 두배 가량으로 늘었으나 방영시간대나 시청률 등을 따져보면 실속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 등 집회는 급격히 퇴조했다.

전국적으로 3천8백18회가 열린 합동연설회의 평균 청중수는 4백45명으로 95년의 5백72명에 비해 22% 가량 줄었다. 그리고 7백29회의 합동연설회는 청중이 모이지 않아 아예 취소됐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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