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경기지사 선거결과, 정가에 큰 영향

  • 입력 1998년 6월 5일 07시 50분


“경기도의 승리로 우리는 전체 선거에서 승리했다.”

4일 경기지사 선거 개표결과를 지켜보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당직자의 표현대로 경기지사 선거는 여야 승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이었다.

타지역의 경우 지역정서에 따라 각당의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달랐다. 비교적 지역색이 뚜렸하지 않은데다 서울에 이어 인구 8백만이 넘는 제2의 중앙거점이란 점에서 여야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사투(死鬪)를 벌였다. 게다가 선거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을 앞두고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탈폭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여야의 싸움은 확전(擴戰)에 확전을 거듭했다.

자연 중앙당의 화력(火力)은 경기도에 집중됐고 선거 중반 이후부터는 흑색선전과 인신공격 등 과열양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여권 단일후보인 국민회의 임창열(林昌烈)후보가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후보를 따돌리면서 여야의 희비가 극적으로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에서의 수성(守成)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멍에’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반면 국민회의는 “경기지사 선거에서의 승리는 민심이 우리편이란 확실한 증거”라며 정계개편을 비롯한 강력한 대야(對野) 드라이브를 펼쳐 나갈 것으로 보인다.국민회의 고위당직자는 “경기도의 경우 10여명의 의원들이 우리당 입당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의 승리로 이들의 동요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측은 국민회의와 정반대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는 여당의 ‘의원 빼가기’가 더욱 노골화 할 것을 우려하면서 어떻게 집안단속을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1차로 흔들릴 지역이 수도권인데 공동정권의 위력이 재확인된 상황에서 의원들의 동요를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에서의 패배가 단순히 한 지역선거의 패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얼굴을 더욱 주름지게 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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