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최저투표율 분석]유권자 절반 외면

  • 입력 1998년 6월 5일 07시 50분


이번 ‘6·4’지방선거의 최종 투표율 52.6%는 역대 선거사상 최저의 투표율이다. 과반수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냉담한 ‘선거외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이는 91년 3월에 실시된 기초의원선거 투표율 55%에도 못미칠 뿐만 아니라 △95년 6·27지방선거 68.4% △96년 15대총선 63.9% △97년 15대대선 80.7%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중앙선관위나 여론조사기관의 투표율 예측도 빗나갔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투표율이 낮긴 하겠지만 아무리 내려가도 55%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었다.

이같은 낮은 투표율은 선거일이 징검다리 나흘 연휴의 첫 날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전반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난에 따른 정치 냉소주의, 즉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라는 자조적 분위기가 만연한데다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으로 얼룩진 이번 선거전에 대한 정치불신을 엿보게 하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제1기 지방자치’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치권만 쳐다보는 자치단체장,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지방의원,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지방행정…. 이런 상황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역별 편차는 여전했다. 우선 서울과 6개광역시가 대부분 40%대로 낮은 반면 도(道)지역은 대부분 50∼60%대의 높은 투표율을 보여 ‘도저촌고(都低村高)’현상이 뚜렷했다. 시도지사 단독 입후보지역이어서 투표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북 전남의 투표율에는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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