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년은 전면적인 개혁을 위해 눈물과 땀을 바치자. 오늘의 고난을 감수하고 같이 손잡고 힘차게 전진하자”는 김대통령의 모두(冒頭)연설 맺음말도 취임사와 톤이 같았다.
그는 이날 지방선거 승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조심성을 보였다. 다만 지역대결구도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누가 당선됐느냐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의 투표성향에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여야의 경계를 다시 획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정계개편 추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지방선거의 승패를 따지는 게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대결구도의 틀은 유지됐으나 세부적으로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난 이번 선거의 투표성향에서 정계개편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계개편 등 여러 길을 통해 저나 여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지역에 대해서도 성심껏 협력하고 봉사하겠다”는 그의 말은 지역연합성격의 정계개편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무튼 정치적 불안정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데서 정계개편을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하는 김대통령의 뜻을 분명히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지향하는 개혁은 전방위적이라는 점도 이번 회견을 통해 명백해졌다. 그는 회견 도중 여러 차례 ‘전면적 개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정치권구조조정 등 정치개혁과 관련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내용 중 주목할 대목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며 이는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내용.
정부는 이미 각종 조치를 통해 단계적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의 역할과 입김을 확대해왔다. 그리고 이를 김대통령이 공식화한 셈이다.
그는 경제정책 혼선 등을 비판하는 소리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즘같은 난국에 다소의 소리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럽다는 논리였다.
한편 김대통령은 정치권의 최대 현안중 하나인 내각제 개헌 여부에 대해 입장불변을 전제하면서도 “그 문제를 논의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해 논의의 문호를 닫지는 않았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