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대승’을 거두었다고 평가, 여세를 몰아 향후 정국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 이날 당지도부회의에서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의 압승으로 우리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국민이 여권에 소신껏 일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앞으로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 경제회생과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는 또 이번 선거에 대한 종합평가서를 발간하고 선거제도와 공천개선 방안, 당의 조직개편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 대비,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빠른 시일내에 37개 미창당 및 사고지구당의 조직책 임명을 마무리하는 등 당체제정비를 서두르겠다”며 “7·21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에도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회의는 내주중 지방선거 당선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자민련은 온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95년 6·27지방선거에서 차지했던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완패한데다 96년 15대 총선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대구 경북에서 거의 전멸했다. 여기에다 텃밭인 충청권에서조차 31개 시군구의 3분의1인 10개를 내줬기 때문.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선거결과를 ‘평년작’으로 평가하며 애써 여유를 보였지만 허탈한 표정을 지우지는 못했다. 지역구인 경북 포항시장 선거에서 패배한데 대해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1시간가량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온통 ‘공동 정권의 운영 미숙’탓으로 돌리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한영수(韓英洙) 김용채(金鎔采)부총재 등은 “강원도 패배는 국민회의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수도권 연합공천이 제대로 안돼 우리만 공조하고 결과는 국민회의가 다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총재는 “조만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나 공동정부운영협의회 구성을 건의하겠다”면서 회의를 끝냈다. 앞으로 이 협의회를 통해 연합공천이나 개각 등 당정의 모든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물어 지도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총재를 비롯해 김용환(金龍煥·충남 보령) 박철언(朴哲彦·대구 수성) 이태섭(李台燮·경기 수원) 오용운(吳龍雲·충북 청주)부총재 등 당직자의 기초단체장선거에서 모두 진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선전해 한숨을 돌렸다고 말하면서도 당 안팎에서 불어오는 두 태풍, 즉 조기전당대회와 정계개편 문제 때문인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 및 선거대책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광역단체장선거에서 영남권 5곳을 석권하고 강원을 차지, ‘탈(脫)영남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최악의 조건에서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순(趙淳)총재는 회의를 마치자마자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과 관련한 대여(對與)공세에 나서야 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정계개편기도에 한시라도 빨리 쐐기를 박고 나서야 한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조총재는 “여권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나 정계개편론은 얼토당토않은 말”이라며 “도대체 누가 뭘 개편한다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이날 당내에서는 총재경선을 위한 조기전당대회 문제로 벌써부터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했다.
김윤환(金潤煥)부총재측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진 만큼 그에 따라 조기에 지도체제를 개편, ‘7·21’재 보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총재측은 “당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기에 계파이익을 앞세워서는 안된다”며 발끈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신당은 이날 이만섭(李萬燮)총재 주재로 당직자회의를 열고 당의 진로문제를 논의했다. 이총재는 이 자리에서 당의 결속을 강조했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웠다.
광역단체장후보 4명은 전패했고 기초단체장후보는 35명 중 1명만이 당선, 현실의 벽을 절감한데다 당의 앞길마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날 당관계자들 사이에도 단순한 체제정비만으로는 당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과 함께 자칫하면 당이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번져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향후 정계개편의 급류 속에서 적극적으로 집단적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기대·문철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