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여권핵심관계자들이 “인위적 정계개편은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야당흔들기’에 나설 처지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여권의 정계개편구상은 일종의 종속변수인 셈이다.
자연히 조기전당대회 소집논란 등 한나라당 내부사정의 추이가 관심의 초점으로 정계개편의 가상시나리오도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한나라당의원들의 동요가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전환시키는 수준에 머물 경우다. 여권은 1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지역연합 등 지지기반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20명선의 한나라당의원이 여당에 입당, 확실한 ‘여대(與大)’구도가 확립된다면 여권은 안정의석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국정운영능력을 갖게 된다. 여권은 이를 동력으로 삼아 지역연합이라는 2차 정계개편을 이루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시점에서는 1차 목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여권만의 과반수의석 확보도 낙관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펴고 있다.
둘째는 대구 경북(TK)등 특정세력이 한나라당을 탈당,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경우다. 여권은 이를 전제로 국민회의―자민련―TK세력의 3자 연대방안을 구상중이다.
그러나 TK의 정치세력화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여권과의 지역연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내 대부분의 TK의원들은 ‘반DJ’라는 지역정서상 현여권과의 직접적인 연대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2년도 채 남지 않은 16대 총선때까지 이같은 지역정서가 변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K의원들은 사안별로 협조해 나가는 ‘정책연합’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여권은 TK와 지역연합이 아니라 정책연합만이라도 맺게 된다면 정국운영의 주도권행사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셋째는 지역을 불문하고 한나라당의원들이 대거 이탈, 여권과 손잡는 경우다.
여권은 이를 정계개편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자 궁극적인 목표로 정해 놓고 있다. 지지기반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지역분할구도도 와해시킬 수 있는 제정파간 ‘대연정’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 영남권의 지역정서도 장애물이지만 ‘대연정’의 매개물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될지도 의문이다.
다만 각 정파가 내각제개헌에 대한 완벽한 합의와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상황은 급격히 호전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