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訪美설명회 대화록]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3부요인 및 여야대표들과의 15일 청와대오찬모임은 처음에는 다소 서먹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주당시절 등 옛날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분위기가 풀어져 국난극복을 위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김대통령은 식사 후 참석자들에게 귀국기자회견문과 관련자료를 배포하고 방미성과를 설명한 뒤 대화를 나누었다. 1시간반동안 계속된 이날 오찬모임에는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윤관 대법원장 김용준(金容俊)헌법재판소장과 조세형(趙世衡)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박태준(朴泰俊)자민련, 조순(趙淳)한나라당, 이만섭(李萬燮)국민신당총재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박총재〓미국에서는 일본의 엔(円)화폭락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김대통령〓엔저가 우리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이 다른 아시아 경제를 앞장서서 도와야 할 입장인데도 오히려 현재 부담이 되고 있다. 그에 영향을 받아 중국의 위안(元)화까지 평가절하되면 우리 경제에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우리 외환보유고가 3백60억달러쯤 되고 이번 방미를 통해 1백억달러정도 확보됐다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가 대단히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무릎을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조총재〓유럽쪽에도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같다.

▼박총재〓30억달러(일본수출입은행에서 제공키로 한 차관)를 빨리 들여와야 한다.

▼김대통령〓정계에 계신 분들이 일본지도자들을 만나 얘기해주셨으면 한다.

▼김총리서리〓미국에도 여야 지도자들을 보내 설득하는 게 좋겠다.

▼조총재〓우리 당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함께 보냈으면 한다.

▼이총재〓방미성과가 참으로 큰데 국내에서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의원수도 줄이고 영남이나 호남에서 다른 당도 당선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도 대선구제로 고쳐야 한다.

▼조총재〓이번에 나라를 위해 큰 노력을 해주신데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국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여야 없이 총력을 기울여 협력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쟁의 중지를 통해 국력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문제에 전폭적으로 힘을 모아주기로 우리도 생각하고 있다. 절실히 진언드리고 싶은 것은 물론 우리 당 자체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 몇사람 간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없었으면 한다. 또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대승적 견지에서 선거기간동안의 고소고발을 취하했으면 한다. 영수회담을 하면 상호간에 건설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므로 자주 대화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김대통령〓오늘은 사법부에서도 오셨으니 두 총재 말씀은 참고로 듣겠다.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조총재〓우리 당 국회의원이 점잖치 않은 말을 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관대한 입장을 표명해주시기 바란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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