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납치극/정가 반응]『대선자금 불씨 되살아나나』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44분


92년 대선자금 문제로 그동안 극도의 몸조심을 해온 상도동이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긴장감에 휩싸였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공소시효는 18일로 만료된다. 따라서 김전대통령은 이 때부터 집권 이후 계속 부담으로 안고 있던 대선자금 ‘멍에’에서 법적으로 해방되는 셈이다.

그런데 불과 사흘전 차남 현철(賢哲)씨 납치미수사건이 일어나자 상도동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범인 오순열(吳順烈)씨가 92년 대선때 YS를 위해 2억여원의 선거비용을 썼다고 주장, 또다시 대선자금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

오씨가 만든 ‘녹취록’과 김전대통령 현철씨 홍인길(洪仁吉)전청와대총무수석에게 보내는 편지 등에 등장한 상도동측 인사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이지만 공연한 논란이 일까봐 걱정스럽다는 것.

김기수(金基洙)전청와대수행실장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대선자금문제가 이 사건으로 정치적 분란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홍전수석은 “녹취록에 나온다는 김태옥은 모르는 인물이며 오씨는 상도동을 왔다갔다 해 얼굴은 알지만 나와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현철씨 사건에 대해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전대통령 재임시 국정개입 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데다 현재도 개인비리로 대법원 재판에 계류중인 현철씨가 경위야 어떻든 다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못마땅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이번 사건은 현철씨가 92년 대선과 김전대통령 재임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현철씨의 개인비리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공식반응을 피했다. 다만 민주계인사들은 “오씨의 주장이 사실과는 거리가 멀어 해프닝에 불과한 사안이지만 대선자금문제가 도마위에 오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 철·김정훈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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