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의 빅딜 발언(10일)으로 빚어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여론호도’라고 적시한 대목.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방미기간중 국내 일부 언론의 왜곡된 빅딜관련 보도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김실장의 빅딜발언이 진위공방으로 오도되자 김대통령은 귀국 전 김실장에게 빅딜협상의 진행상황을 공개하라고 지시하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방미중 국내문제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수행원들의 조언에 따라 생각을 바꿨다. 그런데도 빅딜에 대해 부정적인 일부 언론의 억측보도가 계속되자 김대통령은 13일 방미결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빅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론이 호도됐다는 뜻일까. 국무회의 전날인 15일 김실장은 “빅딜논란이 엉뚱하게 번진 데에는 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조직적인 빅딜교란’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바탕에 깔려 있다.
김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이같은 가능성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권 내부에서도 한동안 미묘한 혼선이 빚어졌다는 점. 바로 이 점이 김대통령을 더욱 불쾌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민회의 일각의 ‘딴 소리’는 김실장에 대한 견제로 보고 있다. 자민련 일각의 ‘딴 소리’ 역시 정계개편과 관련한 김실장의 막후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의 일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김대통령과 ‘외줄’로 연결돼 쉽게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김실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온 게 사실.
자민련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력권으로 여기고 있는 TK(대구경북 지역)를 겨냥한 국민회의쪽의 지역연합 움직임의 중심에 김실장이 있다는데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같은 ‘김실장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김실장의 위상은 더욱 강화됐다. 오히려 이번 빅딜발언으로 김실장은 가장 확실한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 전달자로 인식되게 됐다.
김실장은 지난달 25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은 장관의 책임”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김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함으로써 이 발언도 김대통령과 김실장의 사전교감 하에 나온 것임이 확인됐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