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특히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10여명의 각 부 장관들을 일일이 호명, 완수해야 할 개혁과제까지 제시했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 이정무(李廷武)건설교통, 이기호(李起浩)노동,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 등 경제관련 장관들이 주로 거론됐다.
김대통령의 호명을 받은 장관들은 17일 다시 청와대로 불려가 김대통령에게 개혁과제에 대한 세부추진일정 등을 상세히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도 김대통령은 표정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와 정부부처에는 숨소리조차 죽일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차제에 경제를 막후에서 움직이는 실세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말했다.
긴장감은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내부에서도 엿보였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17일 “당이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에 충분한 뒷받침을 해오지 못했다”며 “개혁의 의미와 개혁작업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고 자성론을 폈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도 “그동안 김대통령 혼자서만 개혁을 추진해왔으나 이제 당과 정부가 개혁의 핵심으로 부상해야 할 때”라며 당 부설연구소의 신설을 제안했다.
당 추천인사 중 상당수가 ‘문제장관’으로 거명되고 있는 자민련은 김대통령의 질책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는 이날 자민련 당사에 들러 “밖에서는 몰랐는데 정부에 들어와 보니 정말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더라. 대통령이 그 많은 일을 걱정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느냐”면서 김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열성적으로 일한다.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은 잘 뽑은 것 같다”고 김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자민련 관계자들도 “대통령이 자민련 소속 장관이라고 해서 없는 일을 트집잡아 야단쳤겠느냐”며 김대통령의 질책에 공감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