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23일 이번 사건을 ‘명백한 도발이자 정전협정 위반행위’라고 규정했다. 잠수정의 침투 목적과 경위에 대해선 더 조사가 이뤄져야 알겠지만 일단 영해를 불법 침범한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내 기류는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자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지시로 22일 밤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돌발적으로 벌어졌을지도 모를 이번 사건의 파장이 남북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정부는 정경분리 등 그동안 견지해온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김영삼(金泳三)정부 때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96년 9월)으로 남북관계가 심각한 경색국면에 빠졌던 전례를 지적하면서 “새 정부는 그같은 일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짜여진 게 아니라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수립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따라서 이번 사건과 같은 북한의 국지적인 도발은 사안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되 화해와 협력의 실천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목표는 그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간차원의 경협이나 교류 속도를 조정할지의 여부도 민간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여론이 과연 납득하고 수용할 것인지의 여부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강조해 온 남북관계에서의 ‘상호주의’원칙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과연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화해 제스처가 옳은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