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적자예산 편성…2차추경 12조원 규모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11분


올해 나라살림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재정적자의 대부분은 당장 한국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 메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민은 인플레 부담과 함께 수년간에 걸쳐 더많은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6일 관계당국은 일반회계 특별회계 및 각종 기금을 합친 통합재정 지출이 1백20조∼1백21조원에 이르는 반면 세금 등 통합재정 수입은 1백4조5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잠정추계했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 수지는 국민총생산(GNP)의 3.4∼3.6%에 이르는 15조5천억∼16조5천억원의 적자를 보일 전망이라는 것.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이 가운데 일반 및 특별회계 부분에서만 12조원 안팎의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8월 임시국회에 올리기로 했다.

이는 경기침체 등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반면 구조조정 실업대책 경기부양 등을 위한 재정부담은 급증하는데 따른 것.

이와 관련,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구조조정과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정에서 일정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또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이번의 적자재정 편성규모는 전쟁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위측은 또 이번의 적자재정 편성으로 ‘일반회계의 세입내 세출원칙’도 포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예산당국은 당초 목표로 잡은 올해 세수(稅收) 가운데 7조∼8조원이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실물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경기부양에 하반기중 6조원 정도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통세 인상 등 추가세원 확보와 공기업 매각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많아야 3조원에 그칠 전망이라는 것. 결국 10조∼11조원은 국채를 발행해 한은에 팔거나 한은으로부터 차입해 조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재경부는 이 가운데 4조원 가량은 국채를 발행해 한은에 인수시키는 방법으로 조달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돈을 더 찍어내는데 따른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증발에 따른 인플레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한은 차입은 통화증발로 이어지면서 인플레를 유발하지만 민간소비위축 등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요인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령 인플레가 유발되더라도 적자재정편성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 인플레 부담과는 별개로 올해의 재정적자분을 앞으로 몇년간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예산당국은 내년 이후의 경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올해 발생할 재정적자를 해소하는데는 1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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