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에서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아 군은 각종 유류품과 잠수정의 용도로 침투목적을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군은 잠수정의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잠수정의 최대 승선인원은 10, 11명으로 잠수정의 운용에 필요한 승조원 6명을 제외하면 얼마되지 않아 북한은 통상적으로 무장간첩을 침투시키기 위해 잠수정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군은 잠수정에서 한국군이 사용하는 M16소총을 발견하지 못했다. 무장간첩은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M16소총을 주로 사용한다.
군은 이 때문에 특수정찰용으로 잠수정이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특수정찰은 공작원 투입, 고정간첩에게 암수표 무기 등 활동장비제공, 침투한 공작원의 송환 등을 의미한다.
군이 잠수정에서 노획한 무기는 △TR송신기와 워키토키 등 통신장비 4점 △난수표 2점 △대전차 무반동총인 RPG7 바라관 1정 △기관총 2정 △AK 자동소총 2정 △체코제 권총 2정 △수류탄 2발 등이다.
이중 무기는 북한 잠수정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예컨대 RPG7은 75년 경북 영일만 간첩선사건에서 발견됐으며 강릉무장간첩사건 당시 잠수함에서도 발견됐다.
그러나 통신장비와 난수표의 발견은 이 잠수정의 성격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노획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잠수정이 고정간첩을 위해 무인포스트(드보크)에 간첩장비를 묻어놓기위해 침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잠수정이 단순한 훈련용이 아닌 점은 분명해진 셈이다.
그러나 난수표와 통신장비를 무인포스트에 묻어두고 기존의 것을 회수해 가는 중이었는지 아니면 전달하러 가는 길인지의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군 관계자는 “단순한 훈련을 위해 잠수정을 내려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샅샅이 수색하면 침투목적을 보다 정확히 밝혀줄 근거가 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