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단 기존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6일 “규탄할 것은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할 것은 요구하되 교류할 것은 교류해야 한다”며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대북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만 이 때문에 남북관계 전반을 경색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임수석은 중국과 대만이 88년 이후 교류협력을 꾸준히 증대시켜 온 점을 예로 들며 이같은 분리대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대북정책의 3대원칙으로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 추진을 세워놓고 있으므로 이번 잠수정사건과 같은 돌발적 사태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이를 확고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화해협력의 추진’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북한의 도발 불용’이라는 측면에서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번에 북한의 해명과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북한이 계속 “잠수정이 훈련 도중 기관고장으로 조난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무시할 경우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유엔사와 북한간의 장성급 회담을 통해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사실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시하고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론 빈 말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을 차제에 ‘가중(加重)’ 제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보수층 일각에서는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어떤 ‘지렛대’도 없이 말로만 해명을 요구하는 게 과연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을 실천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경우 햇볕론을 옹호하는 정부 입장이 군색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 사건 처리와 관련,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햇볕론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햇볕의 강도를 조절하는 게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