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날 당내 홍보소식지인 ‘창(窓)’을 통해 여권이 내세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국민회의의 영남 잠식전략’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반대논리는 간단하다. 소선거구식 지역대표제와 정당별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을 절반씩 선출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경우 철옹성에 가까운 호남표의 결집력을 감안할 때 국민회의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뿐 동서간 지역화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지금처럼 중앙당에서 정당후보명단 작성의 최종권한을 갖는 ‘하향식 체제’속에서는 오히려 계보정치와 보스정치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이미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의원 빼내기와 원구성 거부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정당명부제 제안을 일축했으나 대응논리를 공식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
한 핵심당직자는 이와 관련, “여권의 정당명부제 추진은 결국 영남허물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일각에서는 “대선거구제로 전면전환한다면 논의해 볼 만한 제안”이라는 의견도 많아 여권의 후속대응에 따라서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앙선관위도 지난해 선거법 개정협상 당시 ‘연고 인물 위주의 선거운동을 정당 정책 본위의 선거로 바꾸고 선거공영제의 실시가 용이해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대선거구제를 전제로 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