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대상 지방공무원 3만여명,2년간 놀면서 월급받아

  • 입력 1998년 7월 2일 19시 29분


‘지방행정 개혁’이 선언되었지만 보직없는 지방공무원 3만명이 2년 동안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정부여당이 지방공무원의 10%를 올해 안에 줄이기로 하면서 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 2000년 말까지 이들에게 무보직상태로 신분을 유지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당초 2000년까지 지방공무원 3만명을 줄이려던 계획을 2년 앞당겨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달 22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이를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말까지 줄어드는 인력은 기구축소에 따른 직제표상의 정원일 뿐 실제로는 단 한 명의 공무원도 줄지 않는다. 감축공무원은 정식 조직표에 없는 임시기구로 옮겨갈 뿐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만들어 조직개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2년간 신분을 보장하는 ‘당근’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2년간 지급될 임금은 모두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2년 후 이들은 명예퇴직을 신청해 가산금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공무원의 신분이 법으로 보장된 것이라고는 해도 시대에 맞지 않는 이상한 특혜”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은행이나 민간기업의 퇴출을 유도하고 수만명의 정리해고 실직자가 쏟아지는 마당에 공무원에게는 2년간이나 ‘무노동 유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지나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보직을 잃은 국가공무원 7천여명도 3월부터 1년간 부처별 임시기구에 소속돼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출근만 할뿐 일거리도 없고 일할 의욕도 없는 상태에서 월급만 나가는 실정이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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