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장핑계 외유 러시…6월 출국 평소의 2배

  • 입력 1998년 7월 5일 20시 05분


국회가 ‘공쳤던’ 지난 한달간 의원들의 외유가 특히 많았다.

한국공항공단에 따르면 6월중 김포공항 귀빈실을 통해 외국에 나간 국회의원은 45명. 4월과 5월 평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방 국제공항이나 일반 출국자에 섞여 나간 의원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국회일은 뒷전이냐는 눈총을 의식해서인지 의원들의 해외나들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은폐 엄호작전’도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외유를 떠나거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의원들은 입출국 수속시 대부분 별도로 절차를 밟아 마치 혼자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것처럼 ‘연막’을 친다는 것이 공항 관계자들의 관찰결과다.

김포공항의 한 관계자는 “부인 등 가족과 함께 들어오는 국회의원들은 공항을 개별통과한 뒤 공항 밖에서 약속장소를 정하는 등 첩보전 영화의 주인공처럼 행동하는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영국에서 김포공항에 도착한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떠날 때와는 달리 한꺼번에 귀국, 공항 관계자들이 “영국에서 무슨 큰 국가적인 일이라도 있었느냐”며 출국목적을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그러나 행자위 의원들은 ‘공무원정년단축법안 심의확정’ 등 20여 가지 산적한 현안을 내팽개쳐둔 채 자료수집 등 ‘한가로운’ 목적으로 날짜를 나눠 개별 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의원들의 공항 이용시간대도 특징이 있다. 인적이 드문 오전8시 이전과 이용객이 폭증하는 오후 6시 이후에 주로 공항을 통과, ‘눈에 띄지 않고 사람들 숲에 묻혀서’ 입출국장을 드나드는 게 아니냐는 입방아도 있다.

〈정위용기자〉jevi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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