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북한 무장간첩 침투사건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 교류 무드에 금이 가자 부풀었던 이산가족의 꿈도 무너지고 있다.
실향민들의 마을인 강원 속초시 청호동 속칭 아바이마을의 노인회관. 15일 북의 고향을 등진 지 50년이 지난 노인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이러다가 정말 못가는거 아닌가. 꼭 죽기전에 가야하는데 말이야.”
이들은 4일 무장간첩 침투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곧 고향땅을 밟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벅찼다.
51년 지금은 북한땅인 강원 통천에서 38선을 넘어온 이상식씨(81)는 “지난달 북한 잠수정사건 때도 고향방문이 무산될 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다행히 우리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 불변방침으로 안심했는데 이번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45년 분단 이후 남북관계는 수시로 돌출변수가 발생해 화해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지곤 해 그때마다 이산가족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1천만 이산가족 재회추진위원회 조동영(趙東瀯)사무총장은 “일방적으로 우리만 북한에 베푼다고 진정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북당국이 근본적으로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는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이상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이산가족 1세대는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한 시가 아쉽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살아온 이들 이산가족의 한맺힌 희망에 다시 ‘짙은 먹구름’이 덮이고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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