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기여도에 대한 평가가 ‘8·31’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선주자들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선거결과를 해석하면서 입지강화를 노리고 있다.
강릉을에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한 조순(趙淳)총재는 당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조총재는 자파세력 유지를 희망하는 부총재들과 지분 보장을 조건으로 연대해 당권파 대표주자로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는 종로 보선 불출마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지만 유세지원에 적극 나섰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명예총재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김윤환(金潤煥)부총재 뿐만 아니라 이기택(李基澤)부총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수원팔달에서의 극적인 승리로 입지가 강화된 이한동(李漢東)부총재는 21일 대의원 2백여명과 모임을 갖고 전당대회에 대비한 세확산 작업에 들어갔다. 이부총재는 계파간 합종연횡(合縱連衡)을 통해 이명예총재와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고지역인 대구북갑을 지켜낸 김윤환부총재는 이명예총재와의 연대유지 여부를 놓고 고민중이다. 김부총재는 이명예총재쪽으로부터 국회의장 후보로 나서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박원홍(朴源弘)씨를 서초갑 후보로 강력히 추천해 당선시킨 점을 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미 총재경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김부총재는 28일 자파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결속을 다질 예정이다.
세대교체 여론확산을 노리고 있는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강재섭(姜在涉) 강삼재(姜三載)의원 등 중견그룹 의원들은 24일경 모임을 갖고 향후 진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재보선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한나라당은 당권경쟁의 열풍 속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선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빨라질수록 여야 관계는 긴장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