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여야합의를 깨고 기습적으로 제195회 임시국회 단독소집요구서를 낼 때만 해도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당장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단독국회소집은 비리혐의가 있는 이신행(李信行)의원의 보호를 위해 국회를 악용하는 것이며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비난공세에 나섰다.
이에 한나라당은 명분에서 밀리는 것을 알면서도 “후반기 원구성을 독촉하기 위해 방침을 바꾼 것”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등 여야는 대결구도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치상황은 여야3당 총무들이 23일 오전 비공식접촉을 통해 ‘내달초 합의개회’라는 기존합의를 재확인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잦아들었다. 여기에는 ‘식물국회’에 대한 따가운 여론의 비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날 낮부터 눈앞에 닥친 현안을 헤쳐가기 위한 당론수렴에 들어가는 등 ‘얽힌 실타래 풀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의 경우 아직 ‘단일화된 방침’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다.
국민회의는 ‘국회의장은 반드시 여권이 맡아야 한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또 야당이 이에 반대하기 때문에 표대결이 불가피하며 표대결에서도 여당이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회의는 자민련이 걱정하는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도 의장을 여당에서 차지할 경우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는 “한나라당 내부에도 ‘박준규(朴浚圭)의장 카드’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적지않은 만큼 자유투표에서 여당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반면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대결을 벌여봐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기려면 재적과반수인 1백50석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양당 의석이 1백37석에 불과한데다 여권 내부의 이탈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자민련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자민련 내부에서는 “그럴 바엔 깨끗이 의장을 야당에 양보하고 대신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천서(具天書)원내총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총리 인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24일 총재단회의에서 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국회의장을 선출한 뒤 새 의장과 3당 총무간 협의를 통해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쪽으로 당론을 모아가고 있다. 이같은 입장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임명동의안 철회 후 재제출’에서 상당히 유연해진 것.
이는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틈새를 노리는 전략으로 여당이 의장을 한나라당에 양보한다면 총리인준에 협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즉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 한나라당의 태도는 자민련과 맥을 통하고 있다.
하순봉(河舜鳳)총무는 “새 의장과 3당 총무가 함께 논의하면 보다 진전된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