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朴泰俊)총재는 2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만나 박준규(朴浚圭)최고고문을 여당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했다. 박총재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거당적으로 설득하면 자유투표를 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의 측근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과 표대결을 해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자칫하면 총리 인준까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
주례회동 전에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같은 우려가 많았다. 김용채(金鎔采)부총재는 “야당과 표대결을 하면 의장도 내지 못하고 총리 인준도 안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의장직 확보와 총리 인준 모두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당의 목적이지만 이중 우선 순위를 따진다면 총리 인준이다”고 잘라 말했다.
총리실의 반응은 더 험악했다.한 관계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석이 1백37석에 불과한데 무슨 수로 한나라당을 이기느냐”며 “박총재가 총리 인준에 관심이 적은 김대통령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