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이같은 기류는 ‘7·21’재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가 정치인 등 기득권층에 대한 개혁과 비리척결이 미흡하다는 국민의 불만때문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정세분석위원회(위원장 김영환·金榮煥의원)는 28일 보고서를 내고 “경제개혁 추진과정에서 서민 및 근로자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반면 정치권과 재벌 등 기득권층이나 정부부문에서 개혁이 부진한 데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정치권과 정부 공기업 재벌에 대한 성역없는 비리수사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재 보선결과 미진한 개혁이나 개혁의 중단은 곧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으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정치인에 대한 사정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이같은 현실진단 결과를 청와대에도 보고했으며 청와대도 사정작업을 강화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원구성지연에 따른 ‘식물국회’의 장기화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정치인에 대한 비리수사가 흐지부지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여론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치개혁차원에서 정치인의 비리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당이라고 해서 넘어가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며 김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면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주춤했던 청구비리 기아비리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선정 비리 등 정치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비리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등 사정당국의 수사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은 기아비리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의 경우 원구성을 위한 임시국회회기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일부 중진인사들이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발과 그에 따른 ‘야당탄압’공방으로 정치권에 적잖은 파란이 예상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