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2차외무회담]정보-외교활동 분리대처 공감

  • 입력 1998년 7월 29일 06시 55분


한국과 러시아는 28일 열린 제2차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외교관 맞추방사태’로 빚어진 외교적 갈등을 ‘공식종결’한다고 발표, ‘급한 불’을 끄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1차 회담(26일) 결렬이 양국, 특히 한국에서 불러일으킨 파장이 예상외로 커 사태를 조기수습하지 않을 경우 한―러 기본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공식종결(Case Closed)’이라는 표현을 낳았다는 관측이다.

즉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은 정보기관간의 마찰이 양국 외교관계의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돼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뜻이다.

필리핀 주재 러시아대사도 전날 박동순(朴東淳)필리핀대사에게 한국정부가 1차 회담 직후 즉각 2차 회담을 통한 사태수습을 제안한데 대해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 러시아정부의 우려를 간접 시사했다. 양측이 이날 사태수습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정보활동과 외교’를 분리대처했기 때문이다.

사실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은 22일 “어떠한 스파이사건이나 추방조치로 양국관계의 정상적 발전이 저해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종결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대변인 성명까지 발표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두 정보기관인 SVR와 연방보안국(FSB)은 마닐라로 떠나는 프리마코프장관에게 “외교관 추방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등 ‘이중전술’을 구사, 1차 회담 결렬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보’와 ‘외교’를 분리하지 않고는 문제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양측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정보기관간 마찰에 대해 양국 정보담당 외교관들이 93년 체결된 ‘한―러간 정보협력협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자고 합의하고 넘어간 것도 그런 상황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회담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한―러관계가 말처럼 우호협력에 기초한 ‘건설적 동반자관계’로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추후 외교경로를 통해 계속 협의키로 했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2차 한―러 경제공동위원회 회의 개최 등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룬 것도 그런 정황을 말해주는 흔적들이다.

아무튼 박장관이 9월에 러시아를 방문키로 했지만 양국 관계는 아직 냉각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마닐라〓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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