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前대통령 청와대회동]2단계개혁 출발 신호탄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1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전직대통령 4명의 31일 청와대만찬은 부부동반 형식이어서 정치현안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가 오갈 분위기는 아니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의례적인 행사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만찬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

우선 환란(換亂)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5·18 및 비자금사건으로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한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함께 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는 국가적 사회적 통합과 지역감정극복의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출신지역이 다른데다 구원이 서려있는 전 현직대통령의 합동회동을 통해 ‘화합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김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8·15다. 취임후 6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총체적 개혁을 위해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추스르고 개혁의 제도화와 체계화를 한 단계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제2의 건국’으로 개념화 작업을 하고 있는 2단계 개혁의 요체는 정치개혁이다. 김대통령은 정치개혁 없이 총체적 개혁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담보할 수 없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이 총체적 개혁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직대통령들과의 만찬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에 의한 역학구도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고는 정치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김대통령은 지역구도를 부분적으로나마 허물 수 있는 정계개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등 여권이 이를 위한 사전 물밑 접촉을 시도한 흔적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특히 김, 노 두전직대통령측과는 상당히 비중있는 여권인사들이 오가면서 전령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자신이 여름휴가중 가다듬은 ‘8·15 구상’을 전직대통령들에게 개괄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정부수립 50주년인 8·15를 계기로 개혁의 고삐를 다잡기 위한 구상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만찬은 김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8·15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셈이다. 김대통령은 전직대통령들과의 회동을 통해 총체적 개혁의 본격화를 위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역량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2단계 개혁 구상을 가다듬었다고 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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