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회동/前대통령들 표정]YS 『특별한 준비안해』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3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1일 전직대통령들과 청와대 만찬을 가졌다.

김영삼(金泳三) 노태우(盧泰愚) 전두환(全斗煥)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자택에 머물며 만찬석상에서의 대화내용을 구상했다.

○…김영삼전대통령은 이날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어른 혼자 조용히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측근은 그러나 “청와대 만찬이 부부동반 모임으로 진행돼 어른께서 특별한 얘기를 하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김전대통령이 김대중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이미 전달했기 때문.

김전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상도동 자택을 찾아온 이강래(李康來)청와대정무수석에게 경제청문회 개최 방침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대통령은 또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의 구속에도 불만을 표시하고 현 정부의 편중인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전대통령은 연희동 자택에서 생각을 가다듬은 뒤 부인 김옥숙(金玉淑)여사와 함께 만찬에 참석했다.

한 측근은 “청와대에서 특별히 말씀하실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어른은 전직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위해 현직 대통령을 힘껏 성원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어른은 ‘동양의 만델라가 되시길 기대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김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전대통령은 연희동 자택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낸 뒤 부인 이순자(李順子)여사와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한 측근은 “어른이 특별하게 준비한 말씀은 없다”며 “다만 지난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경제연구소 연구원들과 전직 경제관료들을 자주 만나 개인적으로 경제공부를 해온 만큼 상황이 주어진다면 하실 말씀도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전대통령과의 불편했던 관계에 대해서는 “김전대통령이 퇴임직전 청와대 회동일정이 잡혔으나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한 적이 있다”며 “당시 어른은 주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임 하루 전이라도 대통령이 할 얘기가 있다면 만나야지’라고 말했던 만큼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의 측근은 “만찬회동이 동부인 모임인 만큼 특별한 정치적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전대통령이 요즘의 정치 경제상황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찬회동의 성격에 비추어 부드러운 대화가 오가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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