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소속의원의 이탈표로 의장직을 뺏길 경우 ‘권력의 회유와 협박에 의한 강압투표’로 규정해 부의장선거는 물론 총리임명동의안 처리 등 향후 의사일정을 거부한다는 초강경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1차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짓지 못할 때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박준규(朴浚圭)후보의 사퇴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우선 1차투표에서 박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나라당은 부의장선거부터 보이콧, 여야가 극한대치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나라당의 오세응(吳世應)후보가 당선되면 국민회의 김봉호(金琫鎬)의원과 자민련 의원 1명의 부의장 선출까지 마치고 4일 국무총리임명동의안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도 과반수(1백50표)이상 득표하지 못할 때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투표결과 ‘여당 우세’로 나타나면 한나라당이 2차투표부터 거부하고 나올 수도 있다. 이탈표가 10여표가 넘어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다.
거꾸로 ‘야당 우세’로 나타났을 때 한나라당은 2차투표에 참여하겠지만 여당쪽의 움직임이 긴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차투표를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에 의장직을 양보하고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를 받는 ‘빅딜’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2차투표에 들어갔을 때는 △박후보 당선 △오후보 당선 △과반득표자 없을 경우 등 세 가지 상황 모두 1차투표 때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수득표자로 최종 승부를 가르는 3차투표까지 갈 경우는 치열한 백병전이 예상된다. 다만 한나라당이 2,3차투표에서 근소한 표차로 패할 경우 한나라당이 천명해온 의사일정거부의 명분이 약해져 강수(强手)를 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