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정상화」 문턱서 다시 「U턴」

  • 입력 1998년 8월 12일 19시 18분


여야가 국회공전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선(先)총리인준’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나 실현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자민련 구천서(具天書),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는 12일 회담을 열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등을 처리하고 민생 예결 정치개혁 등 3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의견접근을 본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구총무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총리임명 동의안을 재제출하라고 요구해왔으나 최근 협의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총리 인준을 거듭 촉구하는 공한을 국회에 보내는 선에서 절충키로 양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대통령은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에게 공한을 보내 국무총리 인준 등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공한에서 “우리나라는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을 맞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전국에 걸친 홍수피해로 모든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다시 요청하오니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조속히 심의하여 하루속히 통과시켜 주시기 바랍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총무는 “우리당의 입장은 김대통령이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에 대한 동의안을 일단 철회하고 재제출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1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김대통령이 보낸 공한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야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서한이 사전공개되는 등의 절차상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어 13일의 의총 등 당론수렴결과가 국회정상화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총무들은 당초 합의했던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은 한나라당이 내부 후보를 선정할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해 다음 회기로 미루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이와 함께 민생특위는 30명, 예결특위는 50명, 정치개혁특위는 20명씩 여야동수로 구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이처럼 국회정상화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국회부재’에 대한 비난여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빗발치는 ‘국회무용론’속에서 공멸의 위기감을 느낀 여야는 한나라당 박총무선출이후 막후협상에 급피치를 올렸고 결국 정치적 절충을 위해 ‘대통령 서한’이라는 묘안을 짜냈다는 후문이다.

여권으로서는 한걸음 양보하면서 한나라당에 명분을 줬고 한나라당으로서도 일괄타결을 주장해온 총리인준과 상임위원장배분의 연결고리를 일단 제거한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영묵·송인수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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