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반년간 한 일 없다…국정책임 대통령에 1차책임

  • 입력 1998년 8월 13일 19시 30분


여야는 13일에도 국회정상화의 물꼬를 트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3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는 15일의 정부수립 50주년을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회정상화촉구 서한발송을 계기로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당초 예정된 13일의 3당총무회담도 열리지 못했다. 14일 총무회담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는다 해도 어차피 금주내에 완전한 정상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현정권이 출범한 이후 6개월간 정치권과 국회가 보여준 행태는 “해도 너무한다”는 지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기간에 정상적으로 국회가 운영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정권교체 이후의 극심한 정치적 혼돈양상을 감안한다 해도 정치권의 이런 자화상은 국회에 대표를 보낸 국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행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국회 무용론’을 넘어 ‘국민소환제’의 입법을 위한 국민운동까지 전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김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대통령은 집권직후 ‘수(數)의 정치’라는 구습에서 벗어나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거야(巨野)’인 한나라당을 설복시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국민지지를 얻어 야당을 압도하지도 못했다.

결국에는 사사건건 야당의 반대에 부닥치자 여권은 ‘의원빼오기’와 정계개편이라는 ‘녹슨 칼’을 뒤늦게 빼들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역부족으로 지금까지 과반수의석 확보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어설픈 강경기조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정국을 더욱 꼬이게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원구성협상에서도 원내소수파임에도 여당이라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장과 주요상임위의 독식을 고집하는 등 일방통행한 결과 국회공전의 장기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나라당의 면책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정권이양 이후 정체성을 상실한 한나라당은 계파간 당권싸움에만 몰두해 견제세력으로서의 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세찬 비난을 받고 있다.

원구성협상과정에서 여야가 편법으로 모색한 특위체제도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에서 비롯된 기형아에 불과하다.

상임위배분 등 막판 대타협의 기대를 모았던 13일 오후의 총무회담이 무산된 데에는 한나라당의 계파간 이견이 미처 조정되지 않은 탓도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오전 긴급중진회의를 열어 총리인준안의 처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상임위배분 등 원구성문제를 일괄타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