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이 원했던 ‘모든 나무와 꽃이 새들과 함께 조화롭게 피고 지저귀듯 사상과 종교까지도 백화난만한 가운데 인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북에선 또 한사람의 ‘어버이 수령’이 나왔고 남에선 ‘제2건국’을 외치면서 또 다른 출발을 하려 하고 있다. 건국 50년 전 출발점과 어느 정도 다른 걸까.
백범은 외치고 있다. “아직도 주인 되어 살지 못하는가.”
태백산맥과 지리산을 동서가 오가며 넘지 못하면 그 산은 우리산이 아니다. 분단의 철조망은 더욱 낮은 이웃집 울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범은 중국 공산당과 연합한 김원봉의 조선의용대까지 독립군으로 포용해 일제와 싸웠다.
민족 앞에서는 이념과 사상까지도 뛰어넘었다. 우리의 동서와 남북이 화합과 교류로 가슴을 열어 통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백범이 그렇게 소원했던 ‘인류에 행복을 줄 수 있는 큰 문화의 나라’는 환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금 일본은 2차대전 전범 도조 히테키를 영웅화한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백범의 ‘얼’이 우리더러 주인공으로 살라 노래하고 있다.
김병준(창극「백범 김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