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옥중심경 토로]『단물빨던 사람들에 배신감』

  • 입력 1998년 8월 19일 06시 46분


스스로를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자탄하며 울화병까지 얻었던 ‘황태자’ 김현철씨, 그가 교도소 수감시 단식까지 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지난해 7월말 측근으로 알려진 K, L 한나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 2명이 면회갔을 때 “이제까지 단물 빨아 먹은 놈들은 다 어디 갔느냐”라며 주위 사람들을 힐난하는 투로 말하자 “너희들은 뭐 잘하는 것 있느냐”고 따졌다. 이들 역시 ‘단물’ 빨다 슬그머니 사라진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투였다.

현철씨는 그 다음날 속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는 친구 Y씨와 후배 N씨가 면회오자 “이전에는 나한테 도움을 청하고 이제는 여기저기 붙어서 행동하는 놈들이 많다”며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과 비난여론에 대한 억울함 때문에 울화병을 얻었으며 신경성 복통으로 번져 4일간 식사를 못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신동아’ 9월호는 현철씨가 갇혀있던 1백71일 동안 접견한 면회객 2백여명과 나눈 옥중대화를 집중 추적했다. 현철씨와 면회객들간의 옥중대화에는 여론에 대한 울분과 그의 주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철씨를 접견한 면회객들 중에는 서석재(徐錫宰) 김덕룡(金德龍) 한이헌(韓利憲) 손학규(孫鶴圭)씨 등 민주계 정치인들이 많다. 또 유종하(柳宗夏) 당시 외무장관, 조홍래(趙洪來)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 심완구(沈完求)울산시장 등 정부 부처 고위 간부와자치단체장도끼여있다.

검찰, 법무부 및 구치소 관계자들과 면회객들에 따르면 현철씨는 소위 ‘측근’들에 대한 배신감에 자주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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