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정부수립50주년 경축사에서 외환위기에 대한 원인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밝힌데 이어 여권수뇌부가 잇따라 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총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청문회와 관련, “김영삼(金泳三)정부치하에서 잘못된 것이 하나 둘이었느냐”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나가기 위해서는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18일 만나 양당이 내주중 최고의결기관을 통해 정기국회에서의 경제청문회 실시를 공식 결의, 실질적인 준비에 착수키로 했다. 이들은 특히 경제청문회에 기아 및 한보사태도 포함시켜 기아그룹과 한보철강의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 정책위의장과 이강래(李康來)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이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여권은 이번 경제청문회가 개인비리규명차원을 넘어 김영삼정부 집권초기 2년간 그렇게 좋던 경제가 어떻게 짧은 기간에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의장은 “김영삼정부의 환율정책,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노동관계법 및 금융관계법 처리 방식의 문제점 등 모든 측면에서 경제파탄의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내가 증인으로라도 나서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경제청문회는 한나라당이 먼저 하자고 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비기는 게임으로 몰고 가려 하겠지만 우리는 완벽하게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경제청문회개최에 이처럼 군불을 지피는데는 다목적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경제청문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경제파탄 책임과 구여권 인사들의 비리의혹을 제기하겠다는 압박용 성격이 없지 않다. ‘8·31’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위기로 인한 국민불만을 배출시키는 출구로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제청문회가 실제로 정기국회에서 열릴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이는 앞으로 경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김전대통령을 포함한 증인선정과 청문회 범위 등에 대한 한나라당과의 협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현재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시기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기택(李基澤)총재권한대행은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경제청문회가 절대로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이 경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