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표류 80일만인 17일 원구성을 완료,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19일까지 상임위와 예결위를 정상가동하지 못한 채 파행만 거듭하고 있다.
이는 여야가 상임위원장 선출과 소속의원 상임위 배정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여야 모두 18일에 이어 19일에도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상임위를 재조정하느라 본격적인 국회활동에 들어가지 못했다.
법사위 정무위 등 일부 비인기 상임위는 정원조차 채워지지 못하는 등 상임위 배정이 거의 ‘만신창이’가 됐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내부진통으로 간사조차 선임하지 못해 상임위회의 자체를 사실상 ‘원천봉쇄’했다. 또 19일 계속된 수석부총무회담에서도 예결위원 명단을 제시하지 않아 예결위를 구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회기연장을 노린 한나라당의 지연전술이라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22일까지의 짧은 회기와 산적한 민생현안을 감안할 때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복구비가 지원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재민과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작태인 셈이다.
반면 사법심판에 올라 있는 의원을 법사위에, 건설업자를 건교위에, 학교법인소유자를 교육위에 배정하는 등 의원 개개인의 잇속 차리기에는 여야 구별없이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차기 임시국회 소집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22일 임시국회가 폐회된 뒤 곧바로 제196회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추경예산안과 민생관련법안에 대한 충분한 심의를 위해서는 임시국회 재소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권은 이를 기아비자금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신행(李信行)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 성명과 결의문 등을 통해 한나라당을 맹공했다. 여권은 추가회기가 필요하다면 상임위활동을 계속한 뒤 이달말경 안건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1,2일 정도 소집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열려 있는 국회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앞일에 대한 공방전만 벌이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정상화 이후의 파행사태는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의 내부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어서 한나라당이 민심악화의 책임을 상당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