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조치를 취한 정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상임위원 재배치’지시가 떨어진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는 재배정 대상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교육위에서 통일외교통상위로 자리를 옮기게 된 정희경(鄭喜卿)의원은 기자실에 들러 “옥석을 가려야할 것 아니냐”며 언론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학교법인 청강학원의 전이사장인 정의원은 “누가 언제 교육위로 보내달라고 했느냐. 당의 결정에 따라 교육위에 간 것 뿐인데 왜 나를 흔드느냐”고 화를 참지 못했다.
레미콘회사 주주인 건설교통위 국창근의원은 “과거에 건설업을 운영한 바도, 국회의원 재직중 운영할 계획도 없다”며 ‘건설업자’라는 호칭에 억울함으로 호소했다.
자민련 원내총무실도 의원들의 이해와 연관된 상임위 배정에 대해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총무실의 한 관계자는 “어렵사리 상임위 배정을 마쳤는데 이제 와서 또 평지풍파를 일으키란 말이냐”며 “상임위 배정은 퍼즐처럼 어려운 문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민련은 법안심의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내주에 열릴 제196회 임시국회까지 현 상임위를 유지한 뒤 건교위와 교육위 등의 일부위원을 조정키로 했다.
한나라당측은 공식적으로는 상임위재조정 방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선거법위반사건으로 재판에 계류중인 홍준표(洪準杓)의원이 “법사위는 나의 2지망이었고, 부총무이기때문에 인기없는 법사위에 배치된 것일뿐”이라며 법사위원 사퇴의사를 밝혔고, 학교법인을 가지고 있는 교육위의 홍문종(洪文鐘)의원도 상임위 재배치를 자원했다. 기아사건에 계류중인 이신행(李信行)의원은 총무단의 교체의사 타진에도 “그대로 있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