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세운 청문회 취지는 경제파탄의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방지책 마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도 “내일을 위해 과거의 오류를 가리자는 것이지 특정인의 책임을 추궁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당은 이에 따라 청문회 의제에 각종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제정책까지 포함시켰다. 양당이 24일 발표한 청문회 기본계획에도 금융실명제 실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의 타당성과 은행여신 및 수출정책의 평가 등이 주요 테마로 잡혀 있다.
그러나 여권의 실제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즉 경제여건이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청문회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실제로 과거 노태우(盧泰愚)정부 출범 후 실시된 각종 청문회에서도 이런 식의 ‘한풀이’를 노린 측면이 없지 않았다. 언론과 광주민주화운동 5공비리 등 3개 청문회를 통해 전두환(全斗煥)정부의 무단통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유감없이 해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청문회가 실시될 경우 새 정부와 과거 정부간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여권의 청문회 추진은 야당 말살의 명분을 축적하자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구 기아 등의 비자금과 종금사 및 지역민방 케이블TV 등 각종 방송 인허가 비리 의혹을 다룰 경우 경제회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혹을 가리려면 경제인들의 연쇄 소환이 불가피해 결과적으로 경제안정을 저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민련의 L의원은 “청문회를 하다 보면 정 관 재계의 불안이 증폭돼 ‘제2의 건국’을 위한 국민통합이 어렵게 될 것”이라며 “여권내에서도 청문회 개최에 신중론을 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