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지역구 부여 김학원의원에 넘긴 배경]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자민련 충남 부여지구당위원장직을 내놓기로 했다. 28일 국민회의―국민신당의 통합합의 직전 국민신당 김학원(金學元)의원을 만나 자신의 지역구를 내주겠다고 제안한 것.

이를 단순히 신당 의원중 한명이라도 건지려는 다급함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평소 “지역기반이 없는 정치인은 모래성과 같다”며 지역구에 강한 애착을 가졌던 김총리다. 또 과거 총선때마다 많은 중진들이 전국구로 눈을 돌릴 때도 그는 지역구를 고수해왔다.

김총리는 93년 민자당대표 시절에도 ‘후진양성’을 이유로 들며 지역구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는 그의 당내위상이 몹시 흔들리던 때였고 지역구를 던진 직후 역사의 ‘기승전결론(起承轉結論)’을 내세워 5·16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기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그는 95년 민자당에서 사실상 축출된 뒤 자민련을 창당하고 재기의 발판으로 지역구에 복귀했다.

그런 이력을 가진 김총리에게 이번 지역구 양도 결단은 나름대로 향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게 주변 해석이다. 우선 “내가 이 만큼 하는데 제대로 하라”는 자민련에 대한 은근한 압력성이라는 것. 사실 김학원의원의 자민련 합류는 이인제(李仁濟)씨로 대표되는 국민신당의 국민회의행(行)이 충청권 차기주자의 이동으로 해석되는 것을 상당부분 상쇄했다.

김총리의 결단을 이번 15대국회 임기내로 못박은 내각제개헌 시한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그는 평소 “내각제만 되면 내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필생의 목표인 내각제개헌을 위한 배수진(背水陣)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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