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의 고위관계자가 최근 국세청을 통한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에 대해 “사전에 수사범위를 제한해 특정인을 수사에서 제외하는 보호막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 것은 향후 검찰의 수사방향과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총재에 대한 검찰수사를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7일에도 이총재에 대해 “속칭 ‘세풍’사건의 핵심은 당지도부의 공모여부”라며 직격탄을 쐈다.
여권 핵심부의 이총재에 대한 정서 역시 극히 부정적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총재가 민주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냐”고 반문한 뒤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모금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이총재의 도덕적 불감증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과거 검찰에 구인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권의 대(對)이회창 강공에는 ‘이총재 길들이기’와 함께 한나라당의 유동성을 극대화, 정계개편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즉 국세청을 이용한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의 부도덕성을 이총재에 맞춰 부각시킴으로써 한나라당 내 비주류에 일탈의 명분을 제공하려는 게 여권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과 이총재 역시 여권의 공세가 단순한 비리조사나 여야간의 일상적인 정쟁 차원을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권이 이총재에 대한 수사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야당말살, 나아가 대선 때의 경쟁자를 정치적으로 매장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으며 이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총재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정말로 사태를 직시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는 이어 “이 정권이 과거 어느 독재대통령보다 독재를 하고 있다”며 아예 현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해버렸다.
또 국정조사권 발동이나 특별검사제 도입을 내세워 여당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똑같이 조사해야 한다는 맞불작전으로 여권의 공세에 맞설 계획이다.
〈윤영찬·김정훈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