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장은 먼저 “정치권 전체를 매도하는 풍조가 유행병처럼 생기고 있다”면서 정치권 스스로의 자기 개혁을 강조했다. “우리가 개혁하지 못하면 남이 개혁하려 달려들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치권 개혁의 요체로 의회기능의 회복을 꼽은 뒤 “여야와 정부가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하면서 타협함으로써 의정활동의 균형과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투표실명제 실시 △상임위 소집 정례화 △상임위 내의 소위 활동 속기록 작성 등을 제안했다. 국회제도 개선을 위해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국회제도운영개혁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국회 풍경은 개회사 내용과는 정반대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국회본청 앞에서 시위를 벌여 정기국회 첫날부터 반쪽 국회가 된 것이다.
박의장은 개회식 후 여당의원들에게 “한나라당의 오늘 작태에 대해 엄중 항의했으니 일단 며칠만 좀 기다려보자”면서 의장석을 내려왔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