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된 협상 내용을 보면 두 나라는 대체로 실리를 나눠갖는 상호주의 원칙에 충실했던 것 같다. 일본의 동경 1백35도, 우리의 동경 1백36도 주장이 팽팽히 맞섰던 동해 중간수역의 동쪽 한계가 1백35.5도로 타협됐다. 논란의 핵심이던 대화퇴어장도 우리가 50% 정도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양국 근해 어획량도 과거 조업실적에 따라 일정기간에 걸쳐 일정량을 서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독도문제를 명확히 해결하지 않고 피해간 것은 유감이다. 두 나라는 독도를 지명으로 명기하지 않은채 좌표상의 지점을 기준으로 영해 12해리를 설정, 중간수역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울릉도는 우리의 배타적 수역 기점이 되어 중간수역의 서쪽한계가 울릉도 동쪽 35해리 해역을 지나도록 했다. 그러나 독도는 중간수역 안에 포함됐다. 우리가 독도기점 문제를 정정당당하게 협상테이블에 올려 놓지 않은 결과다.
정부측은 그렇게 하기 어려웠던 이유로 무인도의 경우 대륙붕이나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수 없다는 유엔해양법 조항을 들고 있다. 또 독도에 대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와 영유권에는 변함이 없는 이상 구태여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독도는 무인도가 아니다. 대륙붕이나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질 수 없는 해양법상의 단순한 ‘암초’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의 행정구역으로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주민이 살고 있는 곳이다. 마땅히 독도를 기점으로 한 배타적 수역이 설정됐어야 했다.
이번 협상으로 어장을 잃게 되는 우리 어민들을 위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 어민들은 일본 근해에서 연간 22만9천t의 고기를 잡고 있으나 이제는 3년 안에 거의 3분의 2 이상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어민들의 경제바탕이 그만큼 위축되고 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민들의 불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어업협상이 김대통령의 방일(訪日)을 앞두고 서둘러 정치적으로 타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업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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