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지역감정」인가?…여야 치열한 공방

  • 입력 1998년 9월 25일 19시 21분


정치권 사정을 둘러싸고 격화된 여야대결이 지역감정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한나라당이 15일의 대구, 19일의 부산에 이어 26일 또다시 대구에서 장외집회를 강행하기로 한데서 비롯됐다.

여권의 정치권 사정을 ‘편파사정’ ‘야당파괴’로 간주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대여(對與)투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거지’인 대구에서의 ‘바람몰이’가 한번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이를 기폭제로 삼아 29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 대여역공의 수위를 한차원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대해 여권은 25일 한나라당에 원색적인 독설을 퍼부으며 강도높은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권의 대응책 중에는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지역감정선동의 총책임자로 지목, 흑색선전 유언비어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국민회의는 이날 간부회의와 당무위원 지도위원연석회의,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행동은 과거 ‘초원복집사건’의 전통을 계승한 최악의 지역감정 선동범죄”라고 규정했다. 또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정치인에 대해 정치개혁차원에서 중벌하는 방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기로 했다.

지역감정 선동문제와 함께 국세청 대선자금모금사건을 TV를 통해 공개토론하자는 제안도 했다.

여권이 제시한 최근 한나라당 지역감정선동의 대표적 사례는 세가지. 지난 대선에서 김윤환(金潤煥)의원의 ‘우리가 남이냐’는 발언, ‘6·4지방선거’에서 당시 김태호(金泰鎬)사무총장의 ‘씨말리기’ ‘싹쓸이’발언, 19일의 부산집회에서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의 ‘현정권이 부산경제를 죽이고 부산의 아들 딸들을 직장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발언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지역감정 공방과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악용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으며 시민단체 등에서도 비난과 함께 지역대립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의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은 “지역분할구도 극복을 위해 제도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과거보다 노골적인 지역감정조장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장외집회는 파괴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며 “맹목적인 지역감정을 이용해 집권에까지 이른 세력이 지역감정 운운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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