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착잡한 심정”이라는 말로 본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정기국회가 개의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의사일정조차 합의되지 않는 등 정치권 전체가 혼미상태”라며 “깊은 자책과 자괴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국회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며 “추석 후에도 야당이 등원하지 않으면 ‘강행국회’가 되니 부디 총무들이 해법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무소속 홍사덕(洪思德)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치권 사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야당 총재를 지내거나 대통령후보였던 정치인을 3천만∼4천만원 수뢰 혐의로 처벌하면 의원들을 포함해 우리나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모두 걸릴 것”이라며 “이런 사정을 명령하고 촉구하고 묵인한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재의 사정은 동기도 과정도 나빠 결국 국민에게도 나쁜 결과를 낳았다”며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께 이런 점을 전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국민회의 의석에서 “국회를 모독하지 마라”는 등의 고함이 터져나왔다. 장영달(張永達)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사실상의 내란 선동 행위를 하는 한나라당에 대해선 왜 언급이 없느냐”며 “홍의원은 수천만원 정도는 수시로 받았나본데 해명하라”고 맞받았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여당의 단독 국회 운영에 대해 “반의회주의적 정치쇼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각 계파는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의 ‘서울집회 후 무조건 등원’ 주장에 대해 적전분열이라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 공식 논평을 삼갔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 측근은 “당이 어려울 때 당인의 도리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문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