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현 정권의 묵인 내지는 사주없이 어떻게 ‘국민의 정부’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폭력사태가 백주에 자행될 수 있느냐”며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이 간여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집회방해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자유당정권이나 군사정권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반민주적 폭거”라며 “폭력적 방법으로 민심을 억누르고 야당을 파괴하려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총재는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 해임 △정부의 묵인 방조여부 해명 △폭력배 신원파악 및 사법처리 등을 요구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집회에서 부상한 10여명의 사무처요원 등을 배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술취한 폭도 수백명이 오후 1시경부터 난동을 시작했고 이들이 워낙 살기등등해 아무도 범접하지 못했으며 경찰이 불과 2,3m근처에 있었는데도 백주대낮의 만행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서울역 유혈정치테러 진상조사단(단장 김호일·金浩一)’을 구성했다. 신총장 등 당3역과 이부영(李富榮)야당파괴저지투쟁위원장 등은 이날 오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를 항의방문했다.
▼여권〓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집회방해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는 모함”이라고 발끈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여권의 사주설을 근거없이 제기하는 것은 집회성공을 호언장담하다 실패하자 그 책임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8일 이총재가 용산역에서 노숙자에게 밥을 배식하려다 봉변을 당한 것이 서울역집회 소란사건의 전조였다”며 “불과 5천여명밖에 모이지 않은 집회를 방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민련 이미영(李美瑛)부대변인은 “이 사태는 적나라한 민심의 표출이자 당연한 인과응보”라며 “경제를 결딴 낸 장본인들이 사죄와 반성은 커녕 남의 탓과 억지 주장을 펴고 있으니 어느 누가 박수를 보내겠느냐”고 되물었다.
〈문 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