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인 사정은 이틀새 황낙주(黃珞周) 채영석(蔡映錫) 양성철(梁性喆) 김종배(金宗培)의원 등 무려 4명의 의원을 ‘비리의혹 명단’에 새롭게 올렸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를 앞두고 정국정상화의 돌파구를 찾으려던 여야의 움직임도 일단 주춤해졌다. 29일 한나라당 서울집회에서의 폭력사태 발생과 황낙주전국회의장 소환방침에 따른 ‘편파사정’ 공방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국정상화의 최대관건인 정치인 사정의 향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권 핵심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숨가쁘게 진행중인 정치인 사정은 마무리단계임이 거의 확실하다.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도 30일 대구에서 열린 산학경영기술연구원주최 세미나에서 “사정이 일단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고 확인했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의 설명은 더욱 구체적이다.
“검찰수사과정에서 비리사실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해서는 추석연휴 이전에 모두 들춰내 사건을 종료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의원 몇명씩이 추가로 포함될 것이다. 검찰이 지검차원에서 조사해온 개별사건들에 대해서도 추석 이전에 끝낸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이번주는 서울과 지방 구별없이 검찰이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와 같이 사안이 광범위할 경우 검찰이 추석 이후까지도 수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여권 핵심부는 일단 ‘1차 사정’을 끝내고 정기국회 중 정치인 사정을 자제한 뒤 내년 초 다시 2단계인 ‘상시 사정’을 전개할 구상을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사정캘린더는 추석연휴 이전 정국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야의 대치상황이 마냥 장기화될 것 같지만은 않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나흘간의 추석연휴가 대화재개를 위한 냉각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기간이 지나면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서울집회 이후 강경노선을 고수하기 위한 명분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추석연휴를 계기로 변신을 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국민회의소속 의원들도 속속 소환되는 마당에 계속 ‘편파사정’을 주장할 수만도 없다.
결국 추석연휴가 대화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